브랜드의 뼈대를 세우다 – “모두가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에잇퍼센트 리브랜딩 프로젝트
작성자: 에잇퍼센트 브랜드 마케터 이기원

브랜드 컨셉 피라미드: 에잇퍼센트의 정체성을 설계하다

미션이 정리되자, 다음 질문이 생겼다. "이제, 이 문장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그리고 더 나아가, "이 철학이 브랜드 안에서 숨 쉬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호소다 다카히로의 『컨셉 수업』
사이먼 시넥의 『Start with Why』
브랜드 철학을 언어로 풀어내기 위한 참고서들

보경님은 내게 두 권의 책을 건넸다. 호소다 다카히로의 『컨셉 수업』과 사이먼 시넥의 『Start with Why』. 철학을 언어로 풀어낸다는 건, 단어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사고를 정렬하는 일이었다. 보경님과 내가 같은 개념 위에서 논의하고, 같은 언어로 사고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여러 시행착오 끝에, 『컨셉 수업』 속 하나의 프레임워크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선택한 건 '브랜드 컨셉 피라미드'였다. 브랜드 컨셉 피라미드는 말 그대로 브랜드 정체성의 설계도다.

설계도가 필요한 이유는 단순했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브랜드를 같은 언어로 말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에잇퍼센트는 지난 10년 동안 꽤 일관된 가치 판단을 해왔지만, 그 판단의 기준을 모든 구성원이 동일하게 공유하고 있었다고 보긴 어려웠다.

어떤 문장을 쓸지, 어떤 디자인을 고를지, 어떤 태도로 말할지. 누구나 각자의 감각으로 브랜드를 이해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걸 '같은 언어'로 이야기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리브랜딩이 성공하려면, 브랜드의 철학은 한 사람의 철학이 아니라, 에잇퍼센트라는 팀 전체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 누가 묻지 않아도, 누구나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그래서 우리는 브랜드의 뼈대를 그렸다. 그 안에 담긴 철학, 말투, 이름, 태도까지 다시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 브랜드를 느낌이 아닌 구조로 공유하기 위해. 모두가 같은 그림을, 같은 언어로 그릴 수 있도록.

브랜드 컨셉 피라미드

Insight: 고객이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

Benefit: 우리는 어떤 베네핏으로 이를 해결하는가

Competitor: 그 베네핏은 경쟁자와 무엇이 다른가(가치적인 측면)

Mission: 우리는 왜 이 비즈니스를 시작했는가

Vision: 우리는 앞으로 무엇을 목표로 하는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관통하는 하나의 관점, 바로 'Concept'이다.

Insight: 고객의 현실에서 시작하다

컨셉 피라미드의 가장 위에는 고객의 인사이트가 있다. 에잇퍼센트는 항상 고객의 현실에서 출발해왔다. 우리가 만난 고객들은, 점수로 줄 세우는 금융 시스템 속에서 정당한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관성적인 기준 때문에 금융 기회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들. 이것이 우리가 본 시장의 문제였다.

Benefit & Competitor: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는가

전통 금융은 사람을 '평가'하고 '선별'한다. 그러나 그 구조에선 가능성을 발견할 수 없다. 에잇퍼센트는 다르게 보기로 했다. 숨어 있는 가능성을 보고 그 가능성을 금융 기회로 연결한다. 이게 우리가 가진 차별점이었다.

Mission & Vision: 우리는 왜 이 일을 하는가

우리는 이 일을 고객의 가능성을 발견하여, 최적의 금융을 실현하기 위해 시작했다. 이것이 우리의 미션이고, 에잇퍼센트가 세상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우리가 가고자 하는 미래는 마땅한 사람들이 마땅한 금융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이다. 그것이 우리의 비전이다.

Concept: 에잇퍼센트를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우리는 이 모든 생각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금융 가능성, 마주(맞)닿다."

이 문장은 단지 카피가 아니다. 우리가 세상을 보는 시선과, 우리가 고객과 맺고 싶은 관계, 우리가 믿는 금융의 역할을 담은 말이다. 그리고 이 컨셉을 바탕으로, 우리는 에잇퍼센트를 가장 응축된 형태로 설명하는 브랜드 에센스, 곧 에잇퍼센트의 정체성을 이루는 핵심 단어 세 가지, '금융', '가능성', '맞닿다'를 도출할 수 있었다.

브랜드 선언: 에잇퍼센트다운 약속

브랜드 컨셉 피라미드를 통해 브랜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컨셉과 에센스가 도출되었다면, 이제 이 핵심을 어떻게 해석하고 실천할지에 대한 우리의 입장 선언문이 필요하다. 거창한 것 같지만 사실 컨셉 피라미드에서 정리된 것을 고객들의 눈높이에서 내러티브하게 풀어낸 형태이다.

거기에 덧붙여 우리가 어떤 철학을 갖고 이 일을 시작했는지, 앞으로 어떤 금융을 만들어가고 싶은지, 그리고 무엇보다 고객 앞에 어떤 태도로 서고 싶은지에 대한 약속을 하는 것이다.

컨셉 피라미드가 완성된 후에 브랜드 선언을 썼다면 좀 더 수월했을텐데, 순서적으로 우리는 미션/비전 도출 후 컨셉 피라미드가 나오기 전 브랜드 선언을 쓰기 시작해서, 컨셉 피라미드를 완성한 후 브랜드 선언 내용을 지속적으로 수정해야 했다. (이래서 기초작업이 중요하다.)

선언문이 태어나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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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2024.02 2024.06 2024.07 (최종)
브랜드 컨셉 피라미드 정립 및 반영
브랜드 미션 및 철학 에잇퍼센트는 누구나 알맞는 금융 기회를 갖고 더 나은 미래를 펼칠 수 있는 세상을 추구합니다. 에잇퍼센트는 모두가 공정한 금융 기회를 갖고 더 나은 미래를 펼칠 수 있는 세상을 추구합니다. 에잇퍼센트의 미션은 고객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최적의 금융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헤리티지, 베네핏 2014년 에잇퍼센트는 획일적인 신용평가 기준에서 과소평가된 개인들에게 합리적 금융을 제공하기 위해 대한민국 최초로 P2P 개인신용대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2014년, 에잇퍼센트는 대한민국 최초로 P2P 개인신용대출 서비스를 출시하며 중금리 시장을 개척 했습니다. '중금리'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2014년 P2P 금융이라는 새로운 시도로 대출 시장을 개척하였습니다.
발전 방향 이제 에잇퍼센트는 개인을 넘어 산업에서 금융의 본질을 실현하려고 합니다. 이제 에잇퍼센트는 금융 서비스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합니다. 더 나아가 근로 인구 및 자산 유형의 변화에 주목하여 금융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합니다.
고객과의 약속 에잇퍼센트는 금융으로 바뀔 당신의 미래까지 그리는 Finance Visionary입니다. 에잇퍼센트는 금융으로 바뀔 당신의 미래까지 그리는 Finance Visionary입니다. 우리는 더 넓은 시각으로 고객의 가능성을 찾고, 새로운 방식으로 금융 기회를 연결하겠습니다.

브랜드 선언 변천사를 보니 브랜드 컨셉 체계화가 왜 필요한지 여실히 느껴진다. 브랜드 선언 내 사용되는 단어의 통일감은 물론, 선언문의 길이와 임팩트가 한껏 달라졌다.

컨셉 피라미드가 나오기 전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과거, '헤리티지' 영역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컨셉이 도출된 후에는 오히려 앞으로 우리가 해나가야 할 일인 '고객과의 약속' 내용이 강화가 되었다.

아이데이션할 때에도 컨셉 피라미드가 확립되지 않았을 때에는 여러 아이디어들이 기준 없이 오고 갔지만, 컨셉 피라미드 확립 후에는 마치 체크리스트에 체크하듯 사용되는 단어의 감도에 대한 논의가 빠르게 결정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에잇퍼센트는 다음과 같은 브랜드 선언을 갖게 되었다.


브랜드 선언(최종)

맞닿아 펼쳐진 금융 가능성

에잇퍼센트의 미션은 고객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최적의 금융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가능성을 인정받고 싶은 대출자, 가능성을 넓히고 싶은 투자자. 이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금융 기회를 펼칠 수 있게 합니다.

'중금리'라는 용어조차 생소했던 2014년, P2P 금융이라는 새로운 시도로 대출 시장을 개척하였습니다. 에잇퍼센트는 AI 기반의 독자적인 신용 자산 평가 솔루션으로 은행 다음 고금리를 선택해야 했던 대출자에게 합리적 대우를, 투자자에게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수익을 제공합니다.

더 나아가 근로 인구 및 자산 유형의 변화에 주목하여 금융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합니다. 노동 시장은 긱워커, 시니어, 외국인 등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개인의 자산 유형은 전에 없이 분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더 넓은 시각으로 고객의 가능성을 찾고, 새로운 방식으로 금융 기회를 연결하겠습니다. 진보한 임베디드 금융 솔루션으로 다양한 대안 정보를 모으고 평가하여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입니다.

마침내 관성적 금융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고,
마땅한 분들에게 금융이 더 잘 닿게 하겠습니다.

이제는 '에잇퍼센트'입니다.

하지만 관문이 하나 더 있었다. 가장 중요한 이름이었다. 에잇퍼센트는 창립 이후 10년 간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한국어 음절로 쓰자면 첫째, 에잇퍼센트. 둘째, 팔퍼센트. 셋째, 팔프로. 이를 국문, 영문으로 표기할 경우에는 표기 방식도 천차만별이었다. 8percent, 8PERCENT, 에잇퍼센트, 팔퍼센트, 8%...

긍정적으로 본다면 고객이 부르기 좋은대로 부르도록 자율성을 부여한 것인데, 문제는 내부 구성원들과 고객들이 부르는 명칭이 아예 달랐다. 대출 상품의 경우, 계약서에 법인명인 '에잇퍼센트'가 기재되어 고객에게 전달되므로, 내부 구성원들 특히 심사역들의 경우 고객과 소통할 때 '에잇퍼센트'라고 불렀다. 그런데 고객의 경우 브랜드명 가장 앞의 숫자 8의 임팩트가 크다보니 '팔퍼센트'라고 불렀고, 표기는 '8퍼센트'로 하였다.

"10년을 이렇게 써 왔는데 이걸 굳이, 꼭 바꿔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리브랜딩 단계에서 이 논의를 빼놓고 갈 수 없었던 이유는, 고객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로 대출 금리였다.

에잇퍼센트라는 브랜드명은 창립 시기, 중금리라는 상징성을 직관적으로 나타내고자 이효진 대표님이 지은 이름이었다. 그 당시 우리 회사가 취급한 대출 금리도 8%대였으니 프로덕트에 대한 설명까지도 함축한 이름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시장의 금리가 오르면서, 중금리가 더이상 8%대가 아닌 시대가 되었다. 우리 서비스에서 취급하는 대출의 금리도 시장 상황에 발맞춰 조금씩 오른 상태다.(여전히 중금리이긴 하지만) 그런데 고객들은 브랜드명을 보고 그 금리(!)를 기대하고 들어왔다. 이름은 8퍼센트인데 왜 금리는 8퍼센트가 아닌지에 대한 문의를 받을 때도 있었다.

더욱이 '8퍼센트'는 명사로서의 기능을 하기 때문에 우리의 의도와 다르게 브랜드명을 검색했을 때 우리와 상관 없는 기사가 걸려있거나 하는 문제는 마케터에게 큰 숙제처럼 느껴졌다.

결과적으로 내부적 + 외부적으로 일치된 브랜드명을 부름으로서 고객 혼란을 해소하고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이중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 또한 장기적으로 8이라는 숫자에 임팩트를 두기보다 8이라는 숫자에서 오는 중금리 상징성은 헤리티지로 남기고, 강세가 약한 '에잇'을 써서 브랜드명의 방점을 '퍼센트'로 옮겨 가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에잇퍼센트, 이렇게 소개합니다.

이제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브랜드 컨셉 피라미드라는 탄탄한 설계도 위에, 브랜드 선언이라는 내러티브가 더해졌고, 여기에 일관된 브랜드명까지 확정되었다. 에잇퍼센트는 마침내 스스로를 온전히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름: 에잇퍼센트

고객의 문제: 관성적인 금융 시스템으로 인해 금융 기회에 제약이 생긴다

베네핏: 새로운 시선으로 고객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금융 기회를 연결한다

경쟁자: 고객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지 못하는 레거시 금융 시스템

미션: 고객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최적의 금융을 실현한다

비전: 마땅한 사람들이 마땅한 금융을 누릴 수 있는 세상

에센스: 금융 / 가능성 / 맞닿다

슬로건: 맞닿아 펼쳐진 금융 가능성

이제 에잇퍼센트는 이 정체성을 바탕으로 모든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다. 새로운 상품을 기획할 때, 고객과 소통할 때, 시장의 변화에 대응할 때 우리는 항상 이 질문을 던질 것이다.

"이 일이 고객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펼치는 데 기여하고 있는가?"

"이 선택이 마땅한 사람들에게 금융이 더 잘 닿게 만드는가?"

더 이상 각자의 감각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우리에겐 이제 공통의 언어가 있고, 공유된 기준이 있으며, 무엇보다도 명확한 브랜드 정체성이 있다.

이제 거의 다 왔다.
뼈대를 세웠으니, 이제는 그 위에 살을 붙일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