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할 결심
드디어 누군가에게 에잇퍼센트를 설명할 수 있게 됐다. 우리가 어떤 회사인지, 왜 이 일을 하는지, 앞으로 어디로 가고 싶은지. 그동안 마음속에는 분명 있었지만, 막상 말로 꺼내려면 머뭇거리게 되는 순간들이 많았다.
리브랜딩을 통해 브랜드의 뼈대는 어느 정도 갖췄다. 미션과 비전, 컨셉 피라미드까지 '무엇을 말할 것인가'는 명확해졌다. 하지만 정체성이 생겼다고 해서 그게 곧 외부에 전달되는 건 아니다. 이제는 그 언어를 각자의 자리에서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차례였다.
사실 그동안 에잇퍼센트를 다룬 콘텐츠는 대부분 외부에서 만들어준 것이었다. 효진님(대표이사) 인터뷰나, 호성님(부대표)의 강연이나… 언론 기사나 기관 리포트, 블로그 글 몇 편. 우리가 우리를 직접 소개한 적은 거의 없었다. 회사 소개 페이지조차 없었다. '에잇퍼센트가 어떤 회사인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되지…?' 고민부터 했었다.
그런데 10주년을 맞은 올해,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랜드를 새롭게 정리했으니, 이제는 우리가 직접, 우리의 언어로 회사를 소개해야 한다.
📌 새롭게 정리된 브랜드를 함축하는 심볼, 컬러, 키비주얼
🎥 경영진이 회사의 비전과 방향성을 직접 말하는 인터뷰 영상
📝 핵심 서비스 소개 아티클
이제, 브랜드의 뼈대 위에
진짜 우리의 말과 표정이 올라갈 시간이다.
숫자가 아닌 '가능성'을 그리다 : 비주얼 브랜딩
에잇퍼센트의 심볼은 지금까지 두 차례 바뀌었다. 개인적으로는, 자금을 주고받는 P2P 구조의 특성을 시각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시도가 담겨 있었다고 본다. 실제로 과거 슬로건이었던 '사람과 사람이 만드는 금융'과 함께 놓고 보면, 당시의 심볼은 그 의미를 잘 구현해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브랜드의 미션과 비전, 슬로건 등 언어적 체계가 새롭게 정립된 상태다. P2P의 구조를 설명하는 단계를 넘어, 우리가 어떤 금융을 만들고 싶은지에 대한 본질을 이야기하는 단계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브랜드의 얼굴, 비주얼 브랜딩 역시 새로 정비해야 했다.
비주얼 브랜딩 전문 에이전시에 의뢰했고, 예산 제약 속에서도 브랜드 심볼, 키 비주얼, 컬러 시스템, 그리고 컴팩트한 디자인 가이드를 요청했다. 6월에 논의를 시작해 7월 1차 작업물을 받고, 10월 최종 마무리까지 약 4개월이 걸렸다.
이번 리뉴얼의 핵심 요청사항은 두 가지였다.
첫째, 숫자 8이 강조되지 않을 것
이전 심볼은 '8'의 형태를 전면에 내세웠다. 그러나 '8퍼센트'라는 표기나 발음을 사용할 경우, 고객들이 이 숫자를 금리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브랜드명을 '에잇퍼센트'로 통일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시각적으로도 숫자 8의 상징성은 의도적으로 후퇴시킬 필요가 있었다.
둘째, 컬러 표현의 확장성 확보
기존 애셋은 퍼플과 화이트의 2톤으로만 구성되어 다소 단조로웠다. 하지만 에잇퍼센트가 지향하는 미래는 다양한 가능성을 품고 있으며, 그 감각은 시각적으로도 더 다채롭게 표현되어야 했다.
심볼 디자인 자체는 비교적 빠르게 도출되었지만, 내부 의견 조율이 쉽지 않았다. 두 가지 안을 두고 장기간 논의가 이어졌다. A안은 '가능성이 펼쳐지는' 모습을 표현했고, B안은 '서로를 맞닿게 하는' IT 기반 기술적 감각이 중심이었다. 둘 다 브랜드 철학을 잘 담아낸 안이었지만, '우리가 어떤 시점을 이야기하고자 하는가'에 따라 해석이 달라졌다.
최종 선택은 마케팅팀의 몫이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언어와 구조로 설계한 만큼, 그 철학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결정 또한 책임져야 했다. 그만큼 부담도 컸다. 그도 그럴 것이 한 번 결정된 심볼은 오랜 시간 유지될 자산이고, 단순히 '예쁘다'로는 판단할 수 없는 기준들이 있었다.
● 브랜드 철학과의 정합성
● 다양한 사용처에서의 활용성
● 시간에 흔들리지 않을 지속 가능성
최종 결정은 심볼과 키비주얼을 각각 다른 안에서 선택하는 방식이었다. 보통 한 세트 안에 심볼과 키비주얼이 함께 구성되어 있지만, 우리는 A안의 심볼과 B안의 키비주얼을 조합해 채택했다. A안의 심볼은 에잇퍼센트가 지향하는 금융의 본질을 가장 정제된 형태로 시각화했고, B안의 키비주얼은 핀테크 기업으로서의 기술적 강점과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드러냈다.
다행히 두 안에 활용된 도형의 구조와 질감이 잘 어우러졌고, 컬러 시스템을 확장함으로써 이질감 없이 자연스럽게 통합할 수 있었다. 기존에는 퍼플과 화이트 두 가지 톤만을 사용해 다소 단조로운 인상이 강했다. 새로운 브랜드 팔레트는 퍼플, 블루, 민트 계열의 그라데이션으로 확장되어 더욱 다채로운 시각적 표현이 가능해졌고, 이는 키비주얼 내의 다양한 도형들과 심볼의 선형 구조까지 모두 유연하게 감싸 안을 수 있는 조형 언어로 이어졌다.
우리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드디어
영상은 에잇퍼센트의 비전과 경영 방향을 내부 구성원과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일관되게 전달하기 위해 기획했다. 효진님(CEO), 호성님(CTO) 각각 1:1 인터뷰 형식으로 사전 내용을 조사했다. 브랜드 컨셉이 명확히 정리된 상태였기 때문에 두 사람의 발언에서도 일관된 방향성이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핵심 메시지는 리브랜딩 과정에서 정리된 미션과 비전에 기반했다.
브랜드 컨셉이 명확히 정리된 상태였기 때문에 두 분의 사전 인터뷰에서도 자연스럽게 일관된 메시지가 드러났다. 별도의 콘티 없이도 메시지를 정리하고 흐름을 구성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브랜드 언어가 갖춰졌을 때 콘텐츠 기획 효율이 얼마나 높아지는지 피부로 실감했다.
사전 인터뷰를 기반으로 스크립트를 정하고, 이제 진짜 영상 촬영의 단계. 스타트업 마케팅팀의 예산은 항상 여유롭지 않다. 외부 제작사 없이 내부 인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최고의 퀄리티를 만들어야만 했다. 일정과 예산이 제한된 상황이었지만, 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PD님이 빠듯한 조건에도 흔쾌히 협조해주셨다.
스타일링 역시 팀에서 직접 챙겼다. 촬영용 의상과 헤어스타일까지 하나하나 사전 조율했는데, 효진님과 호성님은 이 기회에 여의도 IFC몰에서 새 셔츠를 장만했고, 마케팅팀은 두 분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함께 고르며 쇼핑의 추억까지 만들었다.
그리고 촬영 당일. 영상 컨셉이 두 분에게 익숙한 포맷은 아니었다. 강연이나 인터뷰 경험은 많으셨지만, 인터뷰어 없이 혼자 카메라 앞에 앉아 처음부터 끝까지 이야기를 이어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지 않을까. 화면 너머의 청중을 떠올리며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이야기해야 하는 포맷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상은 단순한 인터뷰를 넘어, 에잇퍼센트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를 가장 일관된 목소리로 설명한 첫 번째 공식 콘텐츠였다. 정제된 브랜드 메시지를 담아, 내부 구성원은 물론 서비스 유저에게도 에잇퍼센트의 정체성을 선명하게 전달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이해되지 않으면, 의미도 없다
에잇퍼센트가 다른 금융기관과 차별화되는 포인트는 무엇일까. 그리고 유저 입장에서 이 회사를 신뢰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두 가지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대출과 투자 서비스 전반을 담당하는 다양한 팀의 실무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과정을 통해 분명해진 점이 있었다. 에잇퍼센트만의 금융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에는 두 가지 역량이 있다는 것이다.
리스크를 조기에 발견하고 방지하는 인적 역량
리스크를 정교하게 예측하고 가능성을 찾아내는 기술적 역량
그리고 이 두 가지 역량이 함께 진화해나가며, '가능성을 발견하는 금융'이라는 미래 방향성이 더욱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그래서 에잇퍼센트를 소개하기 위해 아래 세 가지 카테고리를 중심으로 에잇퍼센트의 핵심 서비스를 정리했다.
1. 인적 역량: 전문 심사역과 채권 관리 매니저가 만드는 탄탄한 리스크 관리 프로세스
2. 기술적 역량: 정교한 기술이 예측하는 신용평가모형
3. 진화된 금융: 인적・기술적 역량이 결합된 가능성 중심의 미래형 금융
가장 어려웠던 건 단연 신용평가모형을 소개하는 것
내용이 기술적으로 복잡할 뿐 아니라, 이 기술이 사용자에게 어떤 가치를 주는지까지 설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관련 자료를 수없이 찾아봤지만, 대부분이 기술자들의 언어로 쓰여 있었다. 머신러닝이니 비금융 데이터니 하는 말들로 가득한 자료들은, 아무리 잘 정리해도 고객이 아닌 내부 기술팀을 위한 설명에 머물러 있었다. 결국 내가 선택한 방법은 '비유'였다.
전통 금융사의 신용평가모형은 부모가 아이에게 말을 가르쳐 주듯 '답'이 정해진 상태로 학습시키는 방식으로 신용평가 모형이 만들어집니다. 반복 학습을 통해 오류를 줄여가면서 점차 정답에 가까워지는 방법이죠.
에잇퍼센트 신용평가모형 E-index는 여기서 훨씬 더 나아가 '답'을 알려주지 않고 학습시키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부모님과 마트에 간 아이가 야채 코너에서는 별다른 행동이 없다가 장난감 코너에서 떼를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부모님이 양배추를 장난감이 아니라고 가르쳐 주지 않았지만 이미 아이의 머릿속에는 야채와 장난감을 구분하여 군집이 만들어 진 것이죠.
엄마가 알려주지 않아도 야채와 장난감을 스스로 학습하여 구분하게 된 아이처럼 에잇퍼센트 신용평가모형 E-index는 답을 모르더라도 유사한 것들과 서로 다른 것들을 구분해서 군집을 만들 수 있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이 서비스 소개 시리즈 아티클 전체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쓴 부분이다. 이해하기 쉬운 표현을 찾기 위해 수십 번 정리하고 다시 지우고… 기술을 모르는 사람도 이 글을 읽고 "아, 그래서 이 기술이 나 같은 중신용자에게 중요한 거구나"라고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게 기술의 설명이 아니라 가치의 설명이 되길 바랐다. 그 과정에서 나 역시도 에잇퍼센트의 기술이 얼마나 깊고 집요하게 사람의 가능성을 찾아내는 구조를 만들고 있는지를 처음으로 실감하게 되었다.
10년 역량의 에잇퍼센트 채권 관리 프로세스 우량한 대출자를 선별하는 신용평가모델이란?리브랜딩을 마치며… 우리에게 하나의 나침반이 생겼다
우리는 그동안 '좋은 의도를 가진 금융'을 만들고자 했다. 하지만 분명한 언어 없이 방향만 존재했던 지난 10년, 같은 뜻을 가지고도 각자 다른 기준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유저를 위한 금융을 말하면서도, '어떻게'라는 질문 앞에서는 늘 망설임이 따랐다.
이번 리브랜딩을 통해 우리는 처음으로 공통의 기준을 갖게 되었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언어가 정리되자, 모든 판단은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되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은 마땅한 사람들이
금융 가능성을 펼칠 수 있도록 돕는 일인가?
이 질문 하나에 에잇퍼센트의 시작과 지금, 그리고 앞으로가 모두 담겨 있다. 효진님이 처음 회사를 시작할 때의 고민, 10년 동안 서비스를 만들어온 구성원들의 시간,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까지. 브랜드는 단순한 말이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같은 것이다.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판단하며, 어디로 향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기준. 우리는 이제 그 기준을 손에 쥐게 되었다.
이 리브랜딩이 가능하도록 결단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해주신 효진님과 호성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 자리에서 일하고 있지만, 리브랜딩의 본질적 방향을 설계하고 끝까지 밀어준 보경님께도 깊이 감사드린다.
남은 건 우리가 이 브랜드를 얼마나 일관되게 실현해가느냐이다.
에잇퍼센트라는 브랜드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