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보면 놀라운 일이다. 준희님 이야기를 써보고자 마음 먹고 과거 슬랙을 살펴보니, 4년 전에 준희님 입사 계약을 내가 진행했다. 준희님은 개인신용본부 심사역으로 지원하셨고, 나는 당시 잠시 CHO를 겸임하고 있었다. 그렇게 만난 준희님과 돌고 돌아 이제는 CTO와 PO로 함께 일하고 있다. 나와 함께 8퍼센트의 ‘(구멍)메우미’인 준희님과 지금까지의 여정을 남겨본다.
준희님의 첫인상
준희님은 회사에 심사역으로 지원하셨다. 이력서 상으로는 은행에 오래 일하다가 왜 스타트업으로 오셨을까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후 대화를 나눠보니 이미 은행을 그만두고 외국에서 경험을 쌓기 시작한 시점부터 인생의 변화가 시작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8퍼센트에 올 운명이셨던 것으로..)
입사 후에는 심사뿐 아니라 대출 실행, 상환 처리에 관련된 넓은 범위의 일을 맡으셨다. 종종 개발팀과 협업하면서, 일을 깔끔하게 잘하시는 분이구나. 믿고 맡길 수 있는 분이구나. 정도의 느낌을 받았다.
개인신용본부에서 만나다
준희님이 입사하시고 약 6개월 뒤 나는 개발팀을 다른 분에게 맡기고 개인신용본부를 맡게 되었다. 개인신용본부의 운영 개선과 신용평가모형 개발에 집중하기 위한 변경이었다. 개인신용본부에 와서 보니 준희님은 다른 분과 다른 특별함이 있었다. 다음 3가지였다.
고객과 회사 중심 사고
반복되는 작업에 대한 유연함
개선에 대한 의지와 실행력
그리고 6개월이 지났을 때에는 이미 팀분들께 업무적인 신뢰를 받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원래 개인신용본부에서 목표했던 부분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을 때 준희님에게 개인신용본부를 맡기게 되었다. 당시에 본부 내 팀 리더도 아니었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보면 꽤 도전적인 인사였던 것 같은데, 금방 적응하셔서 안정적으로 성과를 내셨다.
서로 다른 구멍을 메우러 가다
회사는 2020년 가을에 어려움을 겪었다. 마케팅그룹과 플랫폼그룹 리더의 퇴사가 이어졌다. 그래서 나는 다시 플랫폼 그룹으로 돌아가게 되었고, 리드해 줄 수 있는 시니어가 없는 마케팅그룹을 준희님이 맡게 되었다. 준희님이 개인신용본부에서 보여준 리더십과 광고학 석사를 하신 것으로 잘해(구멍을 잘 메워) 주실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역시나 나름의 어려움과 고뇌가 있으셨겠지만 밖에서 보기에는 큰 무리 없이 회사의 마케팅을 맡아 주셨다.
플랫폼그룹에서 다시 만나다
2021년 온투업이 통과되면서 조직이 안정되었다. 회사에서는 전임 PO가 퇴사하면서 꽤 오랜 기간 자리를 비워두었었다. 내가 그 역할의 일부를 하고 있었지만, 나는 기획과 관리에 적합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래서 PO 포지션을 열어 지원을 받고, 면접을 잡았다. 함께 면접을 진행해 줄 분이 필요했다.
호성: 준희님. 혹시 이번에 PO 면접에 참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준희: 네. 가능합니다. 그런데 왜 저죠? 호성: 우리 회사에서 준희님이 그 업무를 가장 잘 하실 수 있는 분이라고 생각해서요. 준희님 같은 분을 채용하고 싶어요.
그리고 면접을 진행하고 나오는 길에 준희님이 말했다.
“PO. 제가 해볼까요?”
어?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우리의 고객과 프로덕트를 준희님보다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여신, 심사, 서비스 운영, 마케팅, 제휴, CRM까지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을 제외하고는 프로덕트와 관련된 모든 일들을 이미 경험해 보신 분이었다. 프로덕트를 직접 맡았던 경험이 필요하지 않을까? 구성원들이 잘 이해해 줄까? 와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다음날 올려두었던 PO 포지션을 내리고, 내부 논의를 시작했다. 그리고 몇 달 뒤 준희님이 PO 포지션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PO가 된 이후의 준희님
“준희님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얼마 전에 효진님께 들었던 이야기다. 준희님 스스로도 PO가 된 이후 변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내가 봤을 때에도 역량과 태도에 있어서 많은 변화가 있으신 것 같다.
PO로 필요한 데이터를 보기 위해 태블로 초/중급 코스를 함께 진행했다. SQL은 이미 회사에서는 개발자를 제외하고는 제일 잘 사용하시는 분이고 내부 스터디는 조교로 참여하셨다. 플랫폼그룹 내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개발자들을 이해하고 효과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 내부 파이썬 스터디도 운영하고 계신다.
준희님이 개인신용본부 심사역으로 계실 때에는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시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히려 조용히 사람들을 도와 문제없이 돌아가도록 지원하는 역할이셨다. 하지만 PO로 업무를 시작한 이후에는 (본래 성격과는 다르게) 업무적인 부분을 넘어서 사람들을 서로 연결시켜 주는 역할을 해주고 계신다.
PO 포지션을 준희님께 맡기면서 8퍼센트 프로덕트에 대한 의사결정을 최대한 많이 맡기겠다고 말씀드렸다. 처음에는 PO 포지션에 부담을 많이 가지셨던 것도 사실이다. 잘 해낼 수 있을까? 기존 구성원들의 인정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셨다.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 증명하셨다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휴가를 가도 전혀 문제가 없고, 준희님은 휴가를 못 간다. 성공했다. 야호!
지금 우리의 고민
최근에 준희님과 2주에 한 번씩 1:1 세션을 갖고 있다. 우리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현재의 기능 조직에서 PO의 R&R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
CTO와 PO는 어떤 식으로 협업해야 할까?
회사의 성장에 따라 또 다른 PO가 필요해질 텐데,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하고, 어떻게 조직화를 해야 할까?
지금 준희님은 PO와 서비스팀장 역할을 함께 하고 계신다. 서비스에 대한 기획, 운영, 의사결정과 함께 팀과 프로젝트의 매니저 역할도 준희님의 몫이다. 아무래도 한 사람이 하기에는 벅차다. 그래서 다른 분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조직화의 시점이다.
이때 어떻게 구조를 가져갈 것인지가 우리의 주된 고민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둘 다 큰 조직에서의 전문적인 PO/PM과 일해보는 경험을 못했다 보니, 다른 회사들의 사례와 우리 회사의 상황을 나누며 우리만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도 종종 나눈다.
PO의 일반적인 역할에 맞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
회사 내에서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면서 쌓은 도메인 지식에 기대어 PO로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다른 회사에서도 빠르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PO로 다른 분이 입사하셨을 때 효과적으로 협업을 하거나, 가이드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질문이다. 나도 많은 PO를 만나지 못해서 위 질문에 대한 답을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준희님이 지금의 서비스에 개선을 이뤄내고,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제 준희님은 내가 회사에서 가장 의지할 수 있는 분 중 한 분이 되었다. 그동한 함께 일해(여러 구멍을 메워) 오면서 신뢰를 쌓았기 때문이다. 답이 필요해서가 아닌, 그저 나누고 싶은 이야기도 꺼낼 수 있는 분이 되었다. 감사하다.
8퍼센트는 조직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 새로운 시도를 필요로 한다. 이에 따라 현재의 기능 조직에서 목적 조직으로의 변화를 예정하고 있다. 다양한 도전을 함께 해주실 수 있는 PO가 많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분들이 활약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한다.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준희님과 함께라서 기대된다.
저 그리고 준희님과 함께 일할 PO/PM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많이 지원해 주세요.
준희님께는 채용으로 연락하지 말아 주세요. 제가 때가 되면 더 높은 곳으로 날려 보내드리겠습니다. 저 좀 살려 주세요. 🙂